개별 종 변화, 탄소순환에도 영향
온난화로 지구환경이 변화하면서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등 외래종 출현이 빈번해짐에 따라 생물 안보 대응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커진다. 암수가 꼬리를 맞댄 채 함께 날아다니는 특성 때문에 러브버그로 불리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3~4년 전부터 서울 서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도권 일대에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후 매해 여름철 다량으로 창궐하고 남부 지역까지 세를 확장하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8일 권오석 경북대학교 교수는 “평형 상태를 유지하던 국내 생태계에 붉은등우단털파리라는 새로운 종이 등장하면서 이 균형 관계가 깨졌는데 익충이라고 해서 그냥 방치할 수는 없다”며 “붉은불개미나 붉은등우단털파리 같은 외래종이 유입되면 지엽적 대응보다는 생태 환경 변화를 미리 대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또 “최근 우리나라 장수말벌이 미국에 유입되자 미국은 즉시 한국으로 연구진을 파견해 장기 생태 조사를 시작했다”며 “생물 안보 문제가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인 접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일일이 해당 종을 방재하는 수준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의 큰 흐름에 대응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기후변화는 생태계에 영향을 미쳐 특정 종의 도입으로 인한 종 분포 감소나 종간 갈등과 같은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생물다양성에 대한 정의는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이나 우리나라의 생물다양성법 등에서 약간씩 다르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자연의 균형이 얼마나 지속되는지, 즉 ‘변이성(variation)’를 측정하는 일에 무게중심을 둔다. 해당 생태계에 속한 생물 분포와 이동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변화 추이를 관찰하는 게 핵심이다. 이는 곧 우리 인류가 기후변화로 어떻게 위험해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될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다양성 변이성은 전체 생태계에 걸쳐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경 조건의 변화는 특정 종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인간을 포함한 다른 종이나 생태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예로 곤충은 주변 온도가 상승하면 발달 속도를 높이거나 생식 잠재력을 증가시키는 등 대응을 하게 된다. 이는 해당 곤충의 대 수나 개체군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식물 피해를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잠재적으로 초식동물의 먹이사슬에도 잠재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이처럼 개별 종의 변화가 전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생물다양성 변화는 탄소순환에도 영향을 미친다. 국제학술지인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의 논문 ‘야생동물들이 생산하는 탄소서비스 가치 평가로 보존 자금 지원(Financing conservation by valuing carbon services produced by wild animals)’에 따르면,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에 사는 둥근귀코끼리가 있는 숲은 없는 경우보다 3~15% 더 많은 탄소를 저장했다. 또한 향후 30년간 코끼리 개체 수가 증가하면 109메가톤의 탄소(MtC=탄소 1억톤)흡수원을 만드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효과의 잠재적 시장가치는 약 259억달러에 달했다.
코끼리는 개체 밀도와 탄소 저장량 증가 사이의 상관관계가 확립된 몇 안 되는 종이다. 이는 인구 증가 변화를 탄소 흐름과 연관시킬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코끼리는 우산종이기도 하다. 우산종은 생물 보전을 위해 선정된 종이다.
결국 우리 주변에 나타나는 러브버그 같은 작은 변화도 지구 차원의 기후시스템과 직결된 문제다. 생물다양성 보전이 곧 기후변화 대응이며 개별 종 관리를 넘어 생태계 전체를 보는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