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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업] 탈탄소&탈플라스틱 탄소감축에업계촉각’

탈탄소&탈플라스틱

배출권 정상화, 고삐 죄는 국가탄소감축에 업계 ‘촉각’


무상할당 산정법 변경 검토 등 제4차 배출권 초읽기

시장 왜곡 일으키는 과도한 시세차익 대책 마련 필요

이산화탄소와 플라스틱. 인류세(인류의 활동으로 지구의 물리?화학적 변화가 일어난 시기)의 대표 물질로 꼽히는 것들이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이룬 획기적인 발전들은 역설적이게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우리를 위협한다. 탈탄소와 탈플라스틱, 힘들지만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최근 배출권거래제 할당업체들 사이에서는 제4차 배출권거래제(2026~2030년) 기간에 정부가 얼마만큼의 ‘캡(총 배출량 한도)’을 설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덩달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이행 투명성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3일 배출권거래제 할당업체 관계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4일 배출권거래제 할당업체 관계자 B씨 역시 “정부의 현 계획대로라면 2027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강하게 시행하는데 제4차 배출권거래제는 이 기간에 속한다”며 “업계 입장에서는 당연히 타격이 클 수밖에 없으므로 과거와 달리 정부에게 보다 투명한 NDC 이행을 요구하고 이와 관련하여 어떤 시나리오로 혹은 어떤 모델링을 기반으로 계획을 세웠는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 법정기한은 올해 12월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시장 예측성을 강화하기 위해 법정기한보다 앞당겨 지난해 수립하겠다고 밝혔지만 무산됐다. 그만큼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NDC 달성을 위해 중요한 수단인 만큼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다.

업계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NDC 이행 투명성과 관련이 있는 제1차 NDC 이행 보고서인 격년 투명성보고서도 올해 말까지 유엔에 제출돼야 한다. 격년 투명성 보고서는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 △NDC 이행과 달성 현황 등의 정보를 담은 보고서다. 파리협정에 따라 당사국들은 2024년부터 2년마다 유엔에 격년 투명성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강화한 2030년 NDC는 2018년 대비 40.0% 감축이다. 파리협정은 NDC 후퇴 금지 원칙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온실가스 배출의 약 73%를 관리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유럽연합(EU) 영국 독일 등은 20~40%대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턱없이 낮은 유상할당 비중 어떻게 =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 수립은 늘 어려웠다. 하지만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간은 ‘실질적인 시장 체제를 작동하는 시기’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상할당 비중 상향 등 민감한 주제들이 많다.

배출권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에 따른 중장기 NDC 달성을 위해 설정된 온실가스 배출허용총량의 범위에서 개별 업체에 할당되는 배출허용량이다. 처음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됐을 때 정부는 시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목적으로 할당 대상 업체들에게 100% 공짜로 배출권을 줬다. 이후 차츰 유상할당 비중을 늘리고는 있지만 3차 계획 기간인 현재 비중은 유상할당 대상 업종 내 10%에 불과하다. 이를 전체 업종을 기준으로 재계산하면 실제 유상할당 비중은 4%대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출권거래제는 기본적으로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투자를 유도하는 제도다. 온실가스 추가 감축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낮아야 직접 감축에 투자가 이뤄진다. 때문에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 상향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는 EU 배출권 가격에 비해 턱없이 낮은 국내 배출권 가격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4년 할당배출권(KAU24)의 4일 종가는 1만100원이다. 4일 EU 배출권 선물 종가는 62.05유로다. 지난해 100유로대로 치솟은 이래 가격이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보다 고가다. 게다가 산업조사기관인 블룸버그NEF는 EU 탄소배출권 거래 가격이 10년 내 톤당 146유로까지 상승한다고 전망했다. 또한 EU의 기후 목표가 유지된다면 2035년에는 톤당 200유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규칙기반 시장안정화 제도 도입 검토중”= 현 배출허용총량은 탄소중립 목표가 설정되기 전에 마련돼 강화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18년 대비 40.0% 감축)가 아닌 종전 목표(2018년 대비 26.3% 감축)와 연계돼 느슨한 측면이 있다. 기업들의 감축 부담 체감도는 훨씬 높을 수 있지만 탄소중립은 시대적 흐름인 만큼 엄격해지는 제도 시행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4일 환경부 관계자는 “무역집약도와 생산발생비용도 등의 자료를 토대로 무상할당 업체를 선정하는데,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간에는 비용발생도 대신 탄소집약도를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이는 기업들의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비용발생도를 계산하는 산식에는 배출권가격이 들어간다. 배출권가격은 늘 변동하는만큼 기업입장에서는 무상할당 업체에 속할지가 모호할 수 있으므로 이를 없애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는 얘기다.

배출권 거래 시장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도 고민이다. 시장에서는 배출권 가격 정상화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이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친 시세차익만을 노리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대책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내년 2월부터 자산운용사와 기금관리자 은행 보험사 등도 배출권 거래 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증권사가 배출권 거래 중개회사 역할을 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됐다. 이는 향후 개인도 시장에 참가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배출권 거래 시장에 물량이 부족하기보다는 잉여가 많고 경매도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므로 아직 과도한 시세차익 문제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간에 규칙 기반 시장안정화(Market Stability Reserve, MSR) 제도 도입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U의 MSR은 배출권거래제의 대표적인 시장안정화 제도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배출권 수량이 일정 범위를 벗어나면 공급량을 조절한다.

지난해 환경부 등 부처 합동으로 올해 안에 한국형 시장안정화 제도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형 시장안정화 제도는 배출권 수급 상황에 따라 정해진 규칙에 맞춰 연간 경매량을 조정하는 제도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알기 쉬운 용어설명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 온실가스 배출자가 배출량에 비례해 가격을 지불하도록 하는 제도다.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을 발행하고 기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만큼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서 정부에 제출한다. 기업(할당업체)마다 감축 목표량이 있고 목표량만큼 감축하지 못하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하면 과징금을 문다. 반대로 목표량을 초과하면 그만큼 배출권을 내다 팔 수 있다.

파리협정 =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채택됐다. COP21에서 채택된 파리협정(2016년 11월 발효)은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2℃ 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1.5℃로 제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서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채택하면서 1.5℃의 과학적 중요성은 전세계적으로 확고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