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 메탄 배출 가속화 가능성
지구 온난화로 토양 탄소 손실이 가속화하며 저장원이 아닌 배출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경고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토양은 지상 유기탄소의 가장 큰 저장고 중 하나로 꼽힌다. 지구 온난화로 증가한 토양의 탄소 배출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상승시킨다. 결국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양의 되먹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4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의 논문 ‘제약된 지구 시스템 모델에서 예측된 온난화에 따른 토양 탄소 손실(Projected soil carbon loss with warming in constrained Earth system models)’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인해 토양이 탄소를 저장하는 곳에서 배출하는 곳으로 바뀔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수아이 렌(Shuai Ren) 중국 과학원 티베트고원연구소 연구원이 주도하고 프랑스 파리고등사범학교, 영국 애버딘대학교 등이 공동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전세계 178개 지점의 토양을 대상으로 각 지점에서 최소 6개월 이상 토양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측정한 실험 자료 5000개 이상을 분석했다. 분석에 사용한 모델은 연구진이 새롭게 개발한 ‘개선된 축소-복잡성 3단계 모델(refined reduced-complexity three-pool model)’이다. 지구 시스템 모델 한계를 보완한 이 모델은 토양 탄소를 분해 속도에 따라 3개 저장고(빠른 느린 수동적)로 구분하고 기존 모델들이 고려하지 못하던 새로운 요소들을 반영했다.
온도나 습도와 같은 기후 요인뿐만 아니라 토양의 물리 화학적 보호 작용을 포함해 분석한다. 또한 식물 뿌리 활동이 토양 미생물을 자극해 토양 속 탄소를 더 빠르게 방출하게 만드는 현상을 반영할 수 있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계속될 경우 전세계 토양은 21세기 말까지 연간 탄소 0.22~0.53 페타그램(PgC)을 배출할 전망이다. 연간 탄소 2억2000만~5억3000만톤을 대기 중으로 뿜어내는 셈이다. 이는 파리협정의 지구 온난화 제한 목표 달성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 예산이 66%, 2℃ 목표의 경우 15%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탄소 예산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특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기 위해 대기 중에 추가로 배출할 수 있는 최대 이산화탄소 양을 뜻한다.
지역별로는 북극 툰드라와 아한대 지역이 가장 빠른 속도로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주목할 점은 아마존을 포함한 열대 우림 지역도 탄소 배출원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이 연구는 심층 영구동토의 탄소 변화와 토양의 영양분 순환 과정이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아프리카와 중앙·남부 아시아, 일부 고위도 지역 자료도 부족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토양이 더 이상 안정적인 탄소 저장고 역할을 하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더 짧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습지에서 더 심각해질 수 있다. 습지는 육상 토양 유기탄소의 29~45%를 저장한다고 알려진다.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의 논문 ‘토양 탄소 기질에 따른 지구 온난화에 의한 습지의 메탄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상대적 증가(Relative increases in CH₄ and CO₂ emissions from wetlands under global warming dependent on soil carbon substrates)’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습지에서 더 많은 메탄이 배출될 수 있다. 전세계 습지의 77%에서 온난화에 따라 메탄 배출이 이산화탄소 배출보다 더 증가한다고 예측됐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지구 온난화 잠재력이 28배 이상 강력한 온실가스다.
이번 연구는 량유팅(Yuting Liang) 중국 과학원 토양과학연구소 연구원이 주도하고 덴마크 오르후스대학교, 스페인 국립과학연구위원회,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스위스 ETH 취리히 등이 공동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진은 전세계 159개 지점에서 수집된 3022쌍의 이산화탄소와 메탄 배출 자료와 중국 내 13개 지역의 39개 논에서 수집된 실험 자료(위도 19.75°N에서 47.58°N) 등을 머신러닝 기법 중 하나인 라이트 그래디언트 부스팅 머신(Light Gradient-Boosting Machine) 모델을 사용해 분석했다. 머신러닝은 대량의 자료를 분석해서 그 안에 숨은 규칙을 찾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새 자료에 대한 예측을 하는 인공지능의 한 분야다.
이 연구에 따르면 토양의 탄소 대 질소(C/N) 비율이 낮을수록 메탄 배출의 온도 의존성이 높아졌다. 또한 토양 유기물의 분해 용이성이 메탄과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의 온도 의존성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물론 이 연구는 아프리카와 중앙·남부 아시아, 고위도 지역의 자료가 부족하고 에너지 제한(토양 미생물이 유기물을 분해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 부족한 상태)이 있는 토양과 물리적 보호가 강한 토양에서는 C/N 비율이 분해성과 분리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지 못한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에 따른 습지 탄소 순환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토양식물 수문학적 기후조건이 온실가스 배출의 온도 의존성에 미치는 복합적인 영향을 평가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습지의 탄소-기후 피드백을 예측하는 모델에 토양 유기물의 생분해성을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