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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발 경제 충격…기후정책 새 틀 짜야 산다

트럼프발 경제 충격…기후정책 새 틀 짜야 산다

기후에너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논쟁 재점화 되나 … 단순 부처 통폐합 아닌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해

해묵은 논쟁이 재점화될까. 10여년 전부터 이어진 기후 업무 부처 기능 조정 얘기다.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제정된 뒤에도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 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계속되어 왔다. ‘온실가스 감축은 에너지 사용 형태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온실가스 감축뿐만 아니라 기후적응은 물론 환경 전영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문제다’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팽팽한 논쟁이 벌여졌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곤 했다.



달라지는 국제 정세를 고려해 기후정책에도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전북 부안 및 고창군 해역에 있는 풍력발전 실증 단지. 사진 이의종

윤석열 대통령 탄핵 소추로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 고민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번에는 과거와는 좀 다른 지점이 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이 서막을 올렸고 덩달아 기후위기 음모론도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로 꼽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이어 미국 국무부 농무부 교통부 백악관 등이 운영하던 기후변화 및 기후재해 관련 정보와 위험을 알리는 웹페이지 운영을 중단시키는 등 바이든정부와 180도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정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2℃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 이하로 제한하는 게 목표다.

우리나라로서는 단기적인 측면에서 달라지는 통상·통화 정책에 대응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혜안을 발휘해야 할 때다. 과거 유럽 등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늦은 산업 구조 전환으로 손해를 보는 일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보다 근본적인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7일 김승완 사단법인 넥스트 대표(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 부교수)는 “탄소중립(넷제로) 분야는 침체된 내수시장을 견인하고 기존 산업 경쟁력 강화와 국가 기간산업을 상향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며 “이 잠재력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부 산업전략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 기획 기능이 강화돼야 하지만 현 기획재정부 구조에서 기획 기능 강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재부 내부를 들여다 보면 기후와 탄소중립 경제를 다루는 미래 기획 부서들은 주류에 끼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탄소중립 분야를 경제정책 핵심으로 자리 잡게 하려면 기후에너지부냐 기후에너지환경부냐 논의도 중요하지만 결국 예산과 기획기능을 가지는 부처가 이들 전담부처의 방향과 조화되도록 하는 개편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넥스트는 에너지 기후 정책 싱크탱크다.

사진 이미지투데이

◆집행 이전 부터 탄소중립이 핵심 의제로 =기후에너지환경부 기후경제부 기후에너지부 기후환경부 기후에너지산업부 등 수많은 부처명이 거론되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은 공통적으로 기후위기를 분절적인 접근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기본으로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산업 환경 보건 경제 노동 등 전 영역에 걸친 전환이 필요하기 때문에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적절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23년 12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여당에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포함한 정부 에너지 정책 기조의 전면적인 전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기후에너지부를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난해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환경부를 기후환경부로 변경하고 기후환경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을 대표발의했다. 한차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안건으로 올라간 뒤 국회에 계류 중이다.

기본적으로 기후는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한 분야다. 하지만 정부 업무를 모두 이 긴 호흡에 넣기에는 무리가 있고 미세혈관처럼 얽혀 있는 대기 물 등 전통적인 환경 영역과의 유기적인 연결을 어떻게 유지할지도 의문이다. 기후변화로 달라지는 지구 물 순환과 대기 흐름의 변화는 연쇄적으로 다른 영역에서도 변화를 일으킨다.

한 예로 온실가스 저감은 대기오염물질 관리 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주요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달라지고 덩달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온실가스-대기오염의 공편익(특정 정책이나 수단을 실행할 때 본래 목적과는 별개로 부가적으로 발생하는 편익)이나 상충관계를 제대로 파악해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과거 얘기 답습 말고 새 시선으로 = 문재인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낸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0월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답한 바 있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에너지를, 환경부에서 기후변화대응 업무를 떼어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공약했는데 동의하나”라고 질문을 했다.

이에 당시 한 장관은 “정부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조금 유연하게 움직일 필요는 있다”면서도 “다만 그 방식이 부서를 만들 것인지, 다른 방식을 통해서도 가능할지 깊이 있게 저희도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물론 정답은 없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후위기 탈탄소 경제포럼 토론회에서 “기후위기 문제는 전체 예산 규모나 배분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며 기후 관련 예산은 특정 부처를 통해 해결할 수도 없다”며 “조직 개편은 정답이 없는 문제로 형식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축적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를 토대로 달라진 시대 상황에 맞춰 새로운 해법을 찾기 위해 한 단계 발전된 고민이 필요하다. 과거 이념에 머물러 실패를 반복할 시간이 없다.

한 예로 풍력발전을 들 수 있다. 넥스트의 ‘2025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위한 정책 제안서’에서는 해상풍력을 재생에너지 확충 수단만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기존 항만과 연계한 산업도시 활성화 방안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해상풍력 부품은 거대한 크기와 상당한 무게 때문에 육로 운송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위한 제조와 설치, 유지보수 모두 항만이 필수적이므로 제조업 생산능력 증대를 위해 연안 산업도시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모든 정책이나 제도가 항상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6일 감사원이 공개한 ‘주요 발전설비 운영 및 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과 한국남부발전은 해외 태양광과 국내 풍력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거나 협력업체에 특혜를 주는 등의 부조리를 저질렀다.

결국 모든 건 사람이 하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맞춰 제도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전문적으로 평가와 감독을 할 수 있는 독립된 감시 기능은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