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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27 이후 탄소중립 과제] 기후피해 보상 첫발… 모든 화석연료 감축은 불발

[COP27 이후 탄소중립 과제] 기후피해 보상 첫발 … 모든 화석연료 감축은 불발

역사적 성과에도 반복되는 '재원 조성 목표 미달성' 답습 우려 … "한국 제대로 된 기후리더십 보여야 할 때"

20일(현지시간) 막을 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 얘기다.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급증하고 있는 개도국 피해에 책임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기후정의의 승리'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세부적인 사항을 살펴보면 마냥 반가워할 상황은 아니다. 물론 기후위기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유엔(UN) 차원의 국제 기금(fund) 조성은 극적으로 타결됐다. 하지만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데는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COP27
COP27의장인 사미흐 슈크리 이집트 외교장관(앞 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20일(현지 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폐막 총회에서 총회 결정문을 읽고 있다. AP 연합뉴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 문제에는 개도국이 적극적이었지만 온실가스 감축 부담 상향에는 상대적으로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COP26에서 채택된 글래스고 기후합의에 이미 청정발전 확대, 탄소 저감 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의 단계적 감축 및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촉구 등이 담겼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그린피스의 옙 사뇨 COP27 대표 단장은 20일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기후정의를 지키는 일은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라며 "지구는 협상하지 않고, 지구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에 따르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2100년까지 1.5℃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전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2019년 대비 2030년까지 43%, 2050년까지 84%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각국이 제출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들을 살펴봤을 때는 이를 달성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IPCC는 19∼26기가t(무조건부)을 더 감축해야 1.5℃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재원 조달 방안 등 구체성 떨어져= COP27에서는 최종합의문인 '샤름 엘 셰이크 이행계획'이 채택됐다. 이번에 처음으로 정식 의제로 채택된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가 담겼다.

보상 합의
17일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27에서 기후운동가들이 '손실과 피해' 보상 합의를 촉구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20일 뉴욕타임스(NYT)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셰리 레흐만 파키스탄 기후변화부 장관은 "이번 합의는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로 생사 갈림길에 선 전세계 취약계층에 희망을 줬다"며 "이 보상금은 자선이 아니며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착수금"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국토의 1/3이 물에 잠기는 대홍수로 17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기금 운용 방식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된 건 아직 없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 시점을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보상금 부담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할지 등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온 건 하나도 없다.

손실과 피해 복구를 위한 기금 상세 운영방안에 대해서는 선진국-개도국 인사들로 구성된 준비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치열한 논쟁이 계속될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아직도 '기금 지원 의무'를 지는 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선진국들은 중국과 중동 산유국들이 1992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채택 이후 경제적으로 크게 발전했기 때문에 손실과 피해 부담을 함께 해야 한다고 했지만 중국 등의 강력한 반대로 불발됐다.

 사실 기후재원을 둘러싼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의견 차는 계속되어 왔다. 또한 약속은 늘 지켜지지 않았다.

 파리협정 제9조에 따라 선진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매년 진전된 수준'으로 재원을 지원해야 한다. 이미 선진국들은 2020년까지 연간 1000억달러 규모의 기후재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COP21에서 해당 목표를 2025년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약속 실행 여부와 관계없이 2025년 이후 새로운 재원 조성목표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COP26에서 당사국들은 2022~2024년 매년 4차례의 기술전문가대화체 및 한차례의 고위급 대화체를 통해 새로운 재원목표를 논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감축부문 성과 미흡, 배출량은 여전= 이번 총회에서는 감축 작업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해 개도국과 선진국 간의 신경전이 팽팽했다. 개도국은 추가적인 감축부담을 우려해 '감축 작업프로그램'(MWP)을 일시적으로 운영(1년)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선진국은 감축의욕 상향을 위해 2030년까지 운영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감축 작업프로그램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이행을 논의하기 위해 COP26에서 신설하기로 결정된 사항이다.

 지난한 논쟁 끝에 감축 작업프로그램을 2023년부터 착수해 2026년까지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별도로 대화체(dialogue)를 구성해 △부문 및 주제별 감축 방안 △기술 △정의로운 전환 등과 관련한 의견을 공유하기로 했다.

 기후 적응과 관련해서는 개도국의 의견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종전에 적응 관련 논의를 주도해왔던 적응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전지구적 적응 목표 달성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설립하기로 했다.

 성격과 목적, 세부 운영 방식 등은 '글래스고-샤름 엘 셰이크 작업프로그램'(GlaSS)을 통해 구체화하고 제28차 당사국총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GlaSS란 전지구적 적응 진전 등을 평가하기 위한 방법론, 지표 등을 개발하는 작업을 말한다.

 ◆"손실과 피해 기금이 해결책은 아냐"= 화석연료 퇴출과 관련해서는 COP26에서 논의된 사항과 별반 다른 게 없었다. COP27에서는 석유·천연가스 등 모든 종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하지만 당사국 모두의 동의를 얻지는 못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지구는 아직 응급실에 있고, 우리는 지금 배출량을 대폭 줄여야 하지만 이번 COP27은 이를 다루지 않았다"며 "손실과 피해 기금은 필수적이지만 해결책이 될 수 없고 세계는 여전히 기후변화에 대한 거대한 도약을 필요로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어쨌든 이번 총회는 선진국이 기후변화로 급증하는 개도국 피해에 책임이 있다는 걸 공식적으로 인정한 데 의미가 있다. 이는 곧 앞으로 우리나라가 어떤 위치에 서야 할지 더 중요해졌다는 의미기도 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1990~2020년 우리나라가 이산화탄소를 139% 더 뿜어내는 동안 영국 네덜란드 벨기에 그리스는 38% 감축했다. 이들 4개국과 한국의 배출량이 같을 정도로 단기간에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다.

 20일 장다울 그린피스 전문위원은 "한국은 짧은 시간 개도국에서 주요 온실가스 배출 선진산업국이 된 특수한 국가"라며 "특수한 지위를 악용해 책임을 회피하는 일이 이득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 모두가 루저가 되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오히려 한국의 특수한 지위에 걸맞은 기후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며 "기후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과 가속화되는 기후위기를 대비하는 정책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다.


2022-11-28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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