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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위기 극복, 바람의 나라 덴마크에서 배우자

석유위기 극복, 바람의 나라 덴마크에서 배우자
풍력발전과 바이오매스 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자립의 길에 선 덴마크



▲ 풍력 발전 T14-9와 이미 독일의 폐광이 된 갈탄광산 클레트비츠의 모습 ⓒ 염광희

우리가 과도하게 의지해 온 화석연료는 최근 재앙적 재해를 유발하는 지구온난화의 주요원인일 뿐만 아니라, 매장량조차 얼마 남지 않아 치열한 에너지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대두되는 이란의 핵문제가 지속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에서 심지어 15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석유수입양은 4년 전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석유수입으로 지출하는 외화는 2002년 322억불에서 2005년 667억불로 자그마치 두 배 이상이나 뛰었다. 수출 효자상품인 자동차와 반도체를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 수출해도 500억불 대인 것을 보면, 97%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한국의 위기상황을 실감할 만하다.

석유생산 곡선의 정점(석유정점)이 코앞에 있다. 가채량이 40년 남았다는 석유를 얻기 위한 비용은 향후 얼마가 될 지 아무도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인간이 의존할 수 있는 에너지원이 화석연료뿐이라면 큰 비극이겠지만 다행히도 환경을 살리면서도 전 세계의 에너지위기를 충족시키고도 남을 만큼 풍부한 재생가능에너지가 우리에게 있다.

풍력발전은 상대적으로 뛰어난 경제성과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재생가능에너지원이다. 풍력발전이 지난 10여 년간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미래를 미리 내다 보고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정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일부 국가들 때문이다.
덴마크는 지난 20여 년간 풍력발전 개발을 선도해 왔고 90년대 중반까지 유럽에서 풍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나라였다. 지금은 독일, 스페인을 비롯한 후발주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이를 훌쩍 추월해 버렸지만 풍력발전의 선구자 덴마크는 여전히 중요한 입지를 점하고 있다.

1970년대 초만 해도 덴마크 연료소비의 94%는 석유였고,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했다. 그러나 20년 후 석유 순수출국이 되어 1997년이 되면 에너지 수입과 수출의 비중이 거의 비슷해진다. 이런 놀랄만한 발전은 에너지생산과 소비 전반에 걸쳐 급진적인 재편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1973년 1차 석유파동 후부터 덴마크는 에너지 수입의존도를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노력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 선도적으로 진행하였고 풍력발전과 바이오매스 에너지를 중심으로 에너지자립의 길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이 풍력산업 형성에 큰 도움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조합과 공동체를 잘 만드는 덴마크 시민들의 문화와 높은 환경의식도 풍력단지 개발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덴마크의 해상풍력단지

2002년 덴마크 전력소비 중 약 14%가 풍력발전에서 충당되었고 2008년이면 25%까지 높아진다. 1차 석유파동 직후부터 풍력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한 덴마크는 그동안 매년 30%씩 성장해 전 세계 풍력시장을 선도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덴마크의 노력에 힘입어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회사 VESTAS 라는 기업이 탄생했고, 풍력발전 선두국가 독일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현재 덴마크는 풍력설비시장 세계 1위(세계설비시장의 41%)를 고수하고 있으며, 2003년 현재 2만 여명을 고용해 30억 유로(약 3조 5천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는 석유가 아닌 미래의 에너지를 선도적으로 준비해 온 덕분이다.

바람 좋은 곳에는 풍력단지가 들어서 있는 덴마크는 이제는 바람이 약해 경제성이 떨어지는 곳에도 풍력단지를 시도하고 있다. 풍력발전기의 대용량화 및 효율개선, 해상풍력 등 국제적 트렌드를 선도하여 최근엔 얕은 바다에도 해양풍력단지가 확산되고 있다.
비용은 더 들지만 부지선정에서 유리하고 환경적 제약이 적으며 바람이 더 좋아 앞으로 해양풍력단지가 각광받을 전망이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중공업이 발달한 한국은 풍력발전에서 여러모로 유리하다. 우리나라도 풍력발전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제주 행원지역의 풍력발전단지는 제주도내 1%의 전력을 생산하며, 2008-9년이 되면 풍력발전만으로 제주도내 10%의 전력을 자립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한국이 에너지를 자립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재생가능에너지 보급의지와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2002년 이후 지난 4년 동안 가파른 유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지만 에너지위기 극복을 위해 변변한 중장기 시나리오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 확대 의지도 없고 정책은 지극히 형식적이고 안이하다. 지난 4월 14일 OECD가 최근 발간한 ‘2006년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4년 기준으로 OECD 평균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율이 6.0% 인데 반해 우리나라의 재생가능에너지 이용비율은 0.7%로 OECD 30개국 가운데 가장 낮았다.

그러면서도 유가가 오르면 ‘에너지를 아끼자’ 류의 대책에서 진일보하지 못하고, 원자력 드라이브 정책에 푹 빠져 헤어 나오지를 못하고 있다. 핵발전에 기반한 값싼 전기료가 한국인들의 에너지위기 체감을 둔화시키고 에너지 소비를 부추겨 왔다. 핵발전의 안전성 신화를 조장하기 위한 홍보에 엄청난 혈세를 들여 열을 올리고 핵산업계에는 실로 어마어마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이를 안전하고 쾌적한 미래를 만드는 재생가능에너지에 투자했다면, 이미 한국도 에너지 자립을 향해 질주하는 외국의 반열에 올라있을 지도 모른다.

세계 최악의 참사로 기억되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꼭 20주년을 맞았다. 시계가 완전히 멎었던 체르노빌에도 생명의 손길이 다시 뻗기 시작했다. 그러나 20년이 흐른 지금도 오랫동안 버려졌던 이 땅에 온전한 희망이 언제 생겨날 수 있을 지, 고통의 시계가 멈추지 않고 있다. 체르노빌의 교훈을 진정으로 성찰할 때 지구의 생명과 미래세대에 대한 비전이 나올 수 있다. 한국은 더 이상 원자력에 의존하기보다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의 비전을 그려야 한다. 환경과 경제가 상생하는 미래를 선도한 덴마크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6-05-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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