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태평양 조산대인 '불의 고리'가 심상치 않다. 불과 40시간새 일본과 대만 에콰도르 통가 피지 등 이른바 '불의 고리' 라인에 있는 나라들에서 잇달아 대형 강진이 발생하고 있다.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14일과 16일에 발생한 지진 진동이 우리나라에서도 감지됨에 따라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의 우려처럼 불의 고리가 활성화되면, 우리에게도 그 여파가 밀어닥칠까.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90%, 규모 7 이상의 대형 지진의 80%가 불의 고리 일대에서 발생한다. 불의 고리 지역에 있는 일본·인도네시아·칠레 등은 상습 지진 피해국이다.
◆'불의 고리'서 4.0 이상 지진 39건중 29건 발생 = 최소 42명(18일 자정 기준)의 목숨을 앗아간 일본 구마모토현의 2차 지진 발생 31시간 뒤 일본에서 1만5000㎞ 떨어진 태평양 반대편 남미 에콰도르에서도 강진이 발생했다. 최소 246명(18일 오전 8시 기준)이 숨진 에콰도르 지진 7시간여 뒤 남태평양의 섬나라 통가와 피지에서 각각 규모 5.8과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에 앞서 16일 오후 8시쯤(현지 시각)에는 대만 남동부 타이둥(臺東)에서 동쪽으로 80㎞ 떨어진 해상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모두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해 있다는 점이다. 단기간에 연쇄적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지질조사국(USGS)이 '심각한(significant) 단계'로 분류한 규모 4.0 이상의 지진 발생 추이를 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총 39건이 발생했다. 이 중 29건의 지진이 불의 고리 일대에서 일어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지구촌 전역의 규모 4.0 이상 지진 발생 건수(26건) 및 불의 고리 지역 발생 건수(21건)를 넘어서는 수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더욱 강력한 '초대형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규모 피해를 일으키는 초대형 지진에 앞서 여러 차례 지진이 일어난 적이 있다.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도 환태평양 조산대에 묶인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200명 가까운 사망자를 낸 지진이 발생한 지 17일만에 일어났다.
◆지각판 내부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안전 = 이처럼 불의 고리 지역에서 지진 발생 추이가 확연히 증가세를 보임에 따라 한반도를 안전지대로 분류할 수 있는지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기상청은 일본 구마모토현에서 발생한 지진의 여진에 따른 진동이 우리나라에서도 느껴졌지만, 대규모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유용규 기상청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지진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으려면 100~200km 범주에 속해야 한다"며 "하지만, 이번 일본 지진의 경우 이 범위에 훨씬 벗어나는 지역에서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피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의 고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지진의 위험에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불의 고리 중심부에서 벗어난 지역에 속한다.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 국지적으로 발달한 단층이나 암석의 영향으로 지진이 발생한다. 대부분 규모가 작고 발생주기가 짧은 특성을 보인다. 지진은 통상적으로 지각판 가장자리에 있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우리나라는 환태평양조산대에 속한 일본의 지진발생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유라시아판 내부에 속한다. 일본 규슈는 지각판의 가장자리에 있어 지진 발생 확률이 높다.
■불의 고리 = 환태평양 조산대를 일컫는 말. 서쪽의 일본·대만·동남아, 북쪽의 러시아 캄차카와 미국 알래스카, 동쪽의 미주 대륙 서부 등을 고리 모양으로 아우르고 있다. 환태평양 조산대는 지각판 가운데 가장 큰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북아메리카·인도 호주판과 맞물리며 가장 큰 경계선을 형성한다. 마그마가 움직여 생성된 해양판이 태평양 가장자리로 이동해 대륙판과 만나서 파고드는 강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활발해 지진·화산 활동이 빈번하다.